울산시 중구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시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로 국방색 점퍼와 짙은 색 바지를 입은 남루한 모습의 한 노인(77)이 들어섰습니다.
이 노인은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기초생활수급 담당 공무원에게 가더니,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돈뭉치를 꺼내 내밀었다고 합니다.
끈으로 묶어놓은 지폐 5만원권 40장, 1만원권 100장 등 모두 300만원이었습니다.
노인은 “연말을 맞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남들이 아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내 얼굴이 절대 알려지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이 노인을 기억했습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기 때문이죠.
노인은 과거 참전 유공자이고, 왼손이 절단된 장애인이었습니다.
노인은 자신이 정부로부터 받은 수당과 연금 일부를 모아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 위해 기부를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노인은 공무원에게 “평소 국가 혜택을 많이 받았고, 항상 주위의 관심과 도움을 받은 것이 고맙다”며 “혼자 살다 보니 돈을 많이 쓸 일이 없어 조금씩 모았다.
남들이 보기에 큰돈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내 마음인 만큼 잘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노인은 지난해 12월에도 3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기부금은 의료지원이 필요한 지역 내 독거노인 그리고 어려운 가정환경의 학생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울산 중구는 올해 기부금은 저소득 예비 대학생 가정에 노트북 6대를 후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할아버지는 보증금 100만원짜리 집에 살며 옷 사 입을 돈, 음식 사 먹을 돈을 아껴서 기부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할아버지의 사정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수급비를 받고 있다면 경제적 사정이 넉넉할 리는 없을 겁니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는 무슨 마음으로 한 푼 두 푼 생활비를 모았을까요.
누군가 내 돈으로 행복해진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큰 어른임이 틀림없습니다.